[다산칼럼] 국제 금융시장 먹구름에 대비할 때

입력 2023-10-09 17:45   수정 2023-10-10 00:14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대외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고정환율제 기반의 국제 통화질서가 붕괴하고 선진국이 변동환율제로 이행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반 이후 세 번에 걸친 대폭적인 달러 강세(가치 상승) 국면이 있었다. 세 번 모두 미국 연방은행(Fed)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됐으며 그 세 번째가 2021~2022년 시작된 미 달러화 강세다.

Fed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이전에 비해 매파적인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물가가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향후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 인상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메시지의 핵심 내용이다. FOMC 위원들의 2024년과 2025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도 이전에 비해 0.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미국의 통화 긴축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통화 긴축에 수반되는 미 달러화 강세가 특히 신흥시장국에 경제 위축과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에 발생한 두 번의 달러 강세 국면 이후 남미의 국가 부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각 발생한 것을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세 번째 달러 강세 국면 이후에는 어떤 위기가 발생할까? 위기의 발생 시점과 형태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사전적 대비는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 달러화 가치의 변동이 글로벌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이유와 지금의 세계 경제·금융 환경이 과거의 달러 강세 국면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달러화 가치 변동이 글로벌 파급 효과를 유발하는 이유는 미 달러화의 압도적 국제 위상과 함께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금융 자유화 추세에 따라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선진국을 넘어 신흥시장국까지 크게 확대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미 달러화 비중은 국제 외환거래의 85%, 국제 자본거래(채권 및 은행대출)의 60%, 국제무역 거래의 50%, 외환보유액의 60%에 이른다. 이런 위상 때문에 미 달러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이런 인식은 달러화의 압도적 위상을 뒷받침한다.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국제 금융위기 때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따라서 큰 폭의 미 달러화 가치 변동이 국가 간 자본 이동을 통해 세계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2021~2022년 시작된 미 달러화 강세가 그 이전 두 번의 강세 국면에 비해 적어도 아직까지는 강도가 약한 것은 다행이나, 대부분 국가의 거시금융 안정 기반이 과거에 비해 취약해진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은 대부분 국가에서 성장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부채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수록 신흥국의 부채 상환 여력은 취약해지고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 이탈 가능성이 점증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달러 강세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대외충격 발생 시 거시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거시정책 측면에서는 물가 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자유변동환율제의 이점을 활용해 대외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외환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할 수 있다. 재정 여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재정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거시 안정과 복지 지원을 위한 재정 여력을 강화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거시경제와 금융이 무너지면 민생과 복지를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1997년 외환위기의 교훈이다. 물론 거시금융 안정의 최종 책임이 정부와 중앙은행에 있다고 하나 어느 국가도 이들만의 노력으로 대규모 대외충격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다. 기업과 가계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정 부담을 감내할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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